결혼하기 전부터 생각하고 고민해왔던 ‘엄마 성 따르기’라는 주제다. 이제 슬슬 태명말고 아기의 이름을 고민할 때가 왔다.
우선 나는 보란듯이 엄마 성을 쓰는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혼가정이 아니어도 엄마 성을 따르는 아이!
나는 결혼도 하고 임신도 했지만, 결혼이 싫었다. 싫다. 결혼하면 며느리는 시집 귀신이라는 둥 여자는 남편의 가족에 편입된 존재가 되고마는 **봉건적이고 차별적인 인식과 그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빠의 성을 따르며 그 인식이 단단해지고 계속해서 이어지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싫든 좋든간에 나도 이 사회에 몸담고 있으니 아이에게 엄마 성 쓰기라는 주제는 <민감함>, <예민함>, <고민>, <어려움>, <불가능>, <불편함>, <불인정>, <절벽> 등 가슴 답답한 단어들이 머릿 속을 채우며 어두컴컴한 안개를 불러일으킨다.
연애 중일때 나는 이 주제를 애인과 나눴고 그도 동의했다. 엄마 성 따르기에 대해 우리에겐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세대와 같은 거부감은 없었다.
결혼 전, 우리가 결혼할지 몰랐을 때 애인은 본인의 어머니에게 이런 의견을 흘려본 적 있다고 했다. 딱히 별 말씀은 없으셨다고 했다.
나도 우리 집에 얘기한 적있는데 할머니는 내가 내 아이에게 내 성을 붙여주면 시집으로부터 미움을 받을 수 있다며 걱정을 표현했다.
아빠는 엄마 성 따르기는 보여주기식의 장치일 뿐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성차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아이의 이름을 짓는 다는 것은 내 몸으로 키워낸 내 가족을 맞이하는 방법이고 부부가 합의한 내용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째서 현실은 나보다 다른 사람들(남자의 가족)이 권한을 행사하고 다른 사람들의 권한을 더 인정하는 거지? 사회적 통념과 악습에 의문을 갖는 순수한 질문에 나는 앙큼하고 버릇없는 불순한 괴짜가 되고 만다.
부부의 의견은 제쳐두고 아빠 성을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생각 앞에서 나는 대리모가 된 느낌이다. 내 유전자의 절반으로 탄생한 아기에게 원하는 이름도 성도 물려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낀다는 것은 마치 내가 대리모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것과 같다. 나는 이정도로 ‘당연히 아빠 성을 써야한다’는 생각에 부당함을 느끼고 있다.
과연 어떻게 될까. 나는 내 뜻을 굽히고 사회적 통념을 따르게 될까. 내 주장을 고집해서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만들게 될까. 같은 문제를 고민하는 나의 친구들과 20대 친척 사촌 동생들, 특히 미혼 여자 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가 먼저 시작하면 엄마 성 쓰기에 대해 불안감을 내려놓고 용기를 얻지 않을까 싶다.
**봉건적인 가정, 결혼 문화 속에서 답 없는 고민, 쓸데없는 불안과 갈등도 느끼고 싶지 않아 결혼도 출산도 선뜻 해낼 자신이 없었는데... 내가 엄마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엄마 성 쓰기가 가능은 한 지금을 살고 있어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고민조차 의문조차 가질 수 없던 과거로부터 십여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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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호주제가 폐지(2008년)되면서 엄마 성 쓰기가 가능해 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초딩 때 처음 엄마 성 쓰기라는 법이 생겼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여전히 법은 아빠 성 우선주의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 출생신고가 아닌 ‘혼인신고’ 과정에서 엄마 성 따르기에 체크하고 부부 협의서를 또 제출하는 등 귀찮는 절차를 거쳐야 엄마 성 쓰기기 가능하다. 퉤 혼인신고 때 모르고 지나간 부부는 나중에 출생신고 시 원하더라도 자녀에게 엄마 성을 쓸 수 없다.
(이제서야.... 이제라도.... 이러한 민법의 부당한 절차를 개정하겠다고 한다. 부성과 동일하게 불필요한 절차를 삭제하고 출생신고시 모성 선택이 가능하도록 변경예정)
여전히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민법의 부성우선주의 원칙이 헌법상 양성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내며 한 부부가 이렇게 말했다.
부부가 평등하다면 아빠의 성을 따를 땐 필요하지 않은 협의서가 왜 엄마의 경우에는 필요할까?
**봉건적 : 기본의미 신분이나 지위 등의 상하 관계에 따른 질서만을 중히 여기어 개인의 자유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것.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봉건적이고 전근대적인 행동 양식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_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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